잃은 슬픔과 얻는 즐거움 - 벌 키우기
벌이 어마어마합니다.
따뜻한 오후 2시경 양봉통에 살던 토봉이 하늘로 몰려 나갑니다.
그러니 분봉이 시작되나 하고 1시간 정도 기다리니 이렇게 다시 벌집 앞에 모여듭니다.
아마 분봉 연습이거나 여왕벌이 따라 나오지 않으니 되돌아 온 것이겠지요.
참고로 이벌은 작년에 스스로 양봉통에 들어온 토종벌입니다.
달리 해준 것도 없으니, 그냥 방치한 것이며, 가을에 꿀도 뜨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지난번 토봉을 몰살시킨 병을 스스로 이겨내는가를 보는 의미와 함께 살아남으면 봄에 분봉을 받기 위한 욕심이었지요.
약 한시간쯤 지나니 벌이 전부 다시 통안으로 들어가서 상황이 종료됩니다.
그렇다면 내일은 진짜로 분봉할 가능성이 99% 이상.
빈 양봉통에 들어온 토봉은 집이 전부 연결되어 있어, 인공분봉이 불가능하니,
분봉 나온 것을 받아서 통 수를 늘려야 하는데...
하지만 저가 이놈 기다리면서 보고 있을 수 없으니, 자연에서 온 놈이니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내주어야겠지요.
3일 뒤에 보니,
벌무리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며, 들락거리는 벌의 수도 적습니다.
이렇게 벌 관리는 상주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니,
몇년째 그냥 방치하고 있는 중이며, 그래도 운이 좋으면 분봉을 만나거나 분봉이 스스로 들어올 수도 있겠지요.
일주일 뒤 토요일 오후에 또 한무리의 벌이 나옵니다.
규모는 거의 절반, 그리고 잠시 후 산쪽 큰 도토리 나무에 붙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통은 후에 매단 것입니다.
토봉 유인틀인데, 이미 벌이 뭉처 있는 상태라서 소용이 없네요.
높이를 느끼시라고...
거의 10m 정도의 높이라서 사람의 접근은 불가능하니 지붕에 올라가서 여러번 줄을 던져 겨우 통을 올려본 것이지만,
벌을 유인하는데는 의미가 없네요.
시간이 지나니 벌은 더 덩어리가 됩니다.
이제 확실히 벌 무리가 보이시지요.
벌무리가 약간 적은 것으로 보여 최소한 두번째 이상 분봉으로 보입니다.
급히 나오느라고 이사갈 집도 준비가 안되었는지...
이놈은 일요일 아침에 다른 집을 찾아서 날아갑니다.
양봉도 이런 상황이니 저 관심 밖에서 멀어지고...
남아 있는 것도 당연히 관리를 안하니 벌은 죽어나가지요.
작년 5통까지 늘어났던 양봉도 가을철 말벌의 공격으로 거의 전멸.
그러니 월동 준비도 안해주었고 또 먹이도 주지 않았으니,
결국 초봄에는 벌이 보였으나 3월 들어서는 전부 굶어?죽고.
하지만 저를 너무 동물(곤충) 학대로 욕하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왜냐구요?
이 시기는 양봉이 세력이 강하지 못하면 먹이를 주어도 방어 능력이 없어서 다른 벌들(특히 토봉)이 도봉을 하기 때문에 결국은 죽습니다.
하지만 항상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시골은 꽃 찾아 날아온 벌들로 큰 시장이 열립니다.
그러니 이곳에 정들인 벌들이 많다는 것이고,
그러면 남는 것도 있겠지요.
어느날 빈 벌집을 보니, 2통에서 벌이 들락거립니다.
벌 무리는 그렇게 크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분봉나온 벌이 꽃과 꿀이 있는 낙원으로 이사를 온 것이지요.
이렇게 올해도 어김없이 벌이 돌아왔습니다.
분명 저가 자연으로 돌려 보냈던 놈의 아들 손자들일 것입니다.
지금 놓여 있는 벌통은 아주 깨끗한 벌집이 들어 있는 통입니다.
즉 작년에 벌을 키우던 곳이니, 그냥 맨몸으로 이사를 와도 살 수 있는 곳이니, 벌들이 선호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지는 지금부터는 빈 벌집을 그냥 방치하면 벌집나방이 전부 먹어치웁니다.
그러니 5월이 되면 정리해서 저온저장고에 넣어 두어야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보통 벌집 하나를 만드는데, 꿀 한병이 필요하다고 하니 이미 만들어진 벌집을 잘 관리해서 재활용할 수 있으면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올해는 시간 여유가 조금 더 있으니, 아니 그 동안 비축된 꿀이 전부 바닦이 났으니 벌을 조금 관리해서 꿀을 얻어야 합니다.
이놈은 또 다른 벌이 이사를 하기 위해서 청소도 하고 자기 나름대로는 보초도 서고 하는 중입니다.
즉 이 상태로라면 몇일 뒤에는 또 한통의 벌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상태가 되기까지는 몇일이 소요됩니다.
경험적으로 볼때 사실 이렇게 정찰벌이 이사올 곳을 정해 놓고 분봉을 하여도,
주인이 있는 벌은 분봉을 받아서 따로 관리를 하니,
지금 이렇게 나와있는 벌은 외톨이가 됩니다.
현재도 빈 벌집을 요란스럽게 들락거리는 벌 무리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분봉이 나오면 빨리 받지 않으면 미리 봐둔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는 것이고,
특히 토봉은 2~3시간 이내에 받지 않으면 바로 날아가 버립니다.
또 분봉을 받아서 안치해둘 경우, 기존 벌집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 이렇게 이사갈 집을 찾아간 벌이 돌아오더라도 벌 무리와 만날 수 없게 해야
다시 도망 가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벌관리,
쉽고도 어려운 것이 많습니다.
이곳은 꽃이 많아서 말벌만 해결하면 벌을 키울 수 있는데...
답을 찾아 보겠다고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아직 헛 구호입니다.
올해의 최대 숙원사업.
말벌 방지를 확실히 하자는 것입니다.
사진의 프라스틱 둥근통도 말벌 방지용으로 거금?을 주고 구입한 것인데,
장기적으로는 무용지물입니다.
그러니 다시 다른 방비책을 찾아야 합니다.
농사
어떤 농사가 되었던지 쉬운 것은 하나도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