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설국을 다녀오다 - 제주도

황새2 2018. 2. 10. 08:33


2018년 2월 6일(화요일) 9시 20분발 제주행 비행기를 타다.


대구는 구름한점 없는 맑은 하늘.

하지만 비행기가 남녁의 육지를 벗어나고 제주 영역?으로 들어가니 섬의 텃세가 시작됩니다.

일기예보상으로 어느 정도 예측은 했지만, 비행기가 출발 했으니 이제는 눈바람은 어느 정도 자자졌겠지 했지만...

출렁거리는 비행기는 난시류 속임을 몸으로 느끼게해줍니다.

 

공항에는 폭설과 바람으로 활주로가 잠정 중단, 눈 치우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10여분 이상 기다리다가, 아니 대구에서 날아오면서도 조금 둘러서 느리게 온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착륙을 한다고 하는데... 하늘인가 육지인가 구분이 안되는 상황.

착륙 직전에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 다시 굉응을 내고 하늘로 치솟아 오릅니다.

눈보라로 시야가 없고, 또 바람이 너무 강해서 자세를 정확히 잡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처음으로 겪어보는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모든 것을 순간 정지 시켜버립니다.

그리고 한동안 계속되는 침묵과 하늘로 향하는 비행기의 거친 굉음소리.


이렇게 비행기는 30분을 더 공중에서 선회하다가 착륙 허가를 받고 내려와 착륙을 하였는데.

저의 느낌은 착륙이 땅이 아니고 구름 속이 아닌가 하는 순간 덜껑거리는 소리가 나고 조금 지나 안도와 환호 소리가 들려옵니다.

지금 활주로는 온통 눈이고 바뀌가 닫는 부분만 눈이 없는 상태로 완전 설국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서 있기 힘들 정도의 강풍과 함께. 


우리 비행기가 내리고 한두대 더 내리고는 공황이 폐쇄 되었다고 뉴우스에 나옵니다.

결국 하늘을 돌고 있던 다른 비행기들은 회항 조치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그러니 운 좋은? 여행이 시작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숙소로 들어가는 도로의 풍경입니다.

기온이 그렇게 낮지는 않지만, 많이 내린 눈으로 길은 눈길입니다.

즉 제주 시내에는 이렇게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주에서도 몇십년만에 만나는 기상이변이라고 합니다.


점심을 하고 숙소에 도착하니 눈은 조금 잠잠합니다.

그리고 차가 다니는 큰 길은 눈이 녹기 시작헀구요.

아주 추운 날씨가 아니니 하루만 지나면 좋아질 것 같기도 합니다.


숙소는 함덕해수욕장 옆에 있는 대명콘도입니다.

40명이 넘는 단체 행사이고, 저에게는 마지막 행사입니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눈 내리는 설국의 풍경입니다.

저녁때 쯤에는 다시 눈이 폭설이 되어 내립니다.

지금 길에 보이는 눈은 방금 내린 것입니다.


행사 중간에 잠시 둘러보는 중 만난 동백, 정확하게는 애기동백으로 보이는 놈입니다.

수북히 쌓인 눈이 조금 녹아서 꽃잎이 들어납니다. 


다음날 아침 11가 넘으니 조금은 다닐 수가 있습니다.

원래는 아침부터 한라산 등반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눈으로 모든 도로가 통제되어 모든 일정이 바뀌어 그냥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봅니다.


김녕미로공원.

예전에 몇번 가보았던 곳인데, 나무가 늙어서 조금 엉성해 보입니다. 


위에서 바라보는 눈 덮힌 미로의 울타리입니다.

하늘이 맑아지는 것 같아 오후 일정을 기대해 보는데...


오후는 제주의 1번 올레길을 걷는 것으로 확정.

참으로 오랫만에 걸어서 다니는 행운도 가져봅니다.


1호길은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면서 걷는 길이네요.


길을 잘못 들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가 그런 것이지 4차선 찻길입니다.

다행이 눈으로 차가 거의 다니지 않으니 눈길을 한없이 걸어봅니다.

그리고 제주에서 보기 힘든 문양의 돌도 만나고.


어느 시인의 읍조림도 따라가보고.

내가 죽으면 어떤 문구가 좋을까도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짚신 두짝 놓아둔다고 죽어서는 님 찾아 떠날 수가 없을 것이니...

살아 있는 지금이 더 소중하다는 것.


멀리 바라보이는 일출봉에는 누군가가 흔적을 남기려 오르고 있습니다.


제주를 오면 가능하면 이 풍경은 보려고 찾아오는데...

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집들입니다.

그냥 특색없이 무질서하게 놓여진 인간의 잔해물이 자연 풍광을 죽이고 있습니다.


분명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였는데... 하는 느낌이 드니 가까이 가는 것이 겁이 납니다.  


그러니 빈 의자만 남아 있는 조금 을시련스러운 풍광만 담게 되네요.

그리고 한동안 빈 의자에 앉아 꿈을 꾸어 봅니다.


제주의 자연이 앞으로도 영원히 자연으로 남아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