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풍경

무화과 먹는 꿈은 사라지다.

황새2 2010. 11. 14. 08:35

 저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

무화과!

무화과가 대구 시내에서는 잘 자라고 열매도 많이 달리는데,

이곳 청도는 안되고 있습니다.

나무가 잘 자라기는 하는데, 열매 먹기는 하늘에 별따기 입니다.

겨울에 동해로 거의 죽고, 봄에 다시 자라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품종으로 올해 심은 것인데, 잘 자라다가 이렇게 덜익은 무화과 몇개만 매달고 올해의 꿈은 끝이네요. 

그래도 키 작은 가지에 많은 과실을 매달았으니, 온실로라도 옮겨서 재 도전 해 보아야겠지요.

저에게 이 꿈마져 사라지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요. 

 이놈은 우리집으로 온지가 15년도 넘은 놈입니다. 진주 시골집에서 이사올때 같이 온 놈인데,

나무 크기는 항상 손가락 두개 정도밖에는 안됩니다.

매년 얼어죽기 때문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온난화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끔은 하는데,

모두 이놈 때문입니다.

이렇게 무엇인가에게 넋을 빼았기면

그러면 안되는데도... 

무서운 생각까지 하게되네요.

 이렇게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일생을 좌우하나 봅니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들은 고향이 없으니...

그들이 나이들었을 때가 저는 상상이 안됩니다.

또 저만의 착각인가요?

 

우리집에서 약간의 추위를 즐기는 놈이 하나 더 있네요.

금은화, 인동초이지요.

한여름 잎을 다 떨어뜨리더니, 추워지면서 잎에 활력이 생기네요.

한 겨울에도 일부의 잎은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봄에 금은화를 피우겠지요.   

 가을은 자연의 속살을 드러내는 일도 합니다.

낙엽이 진 잔 나무가지에는 새 둥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생명의 꽃이 피었다가 시든 흔적...

 

이제부터 저희 집 주변은 작은 새로 시끄러워질 것입니다.

모성회귀 본능은 아니겠지만, 지금부터 봄까지 정말로 많은 여러 종류의 작은 새들이 모여듭니다.

농부가 꽃으로 키워 수확하지 않은 많은 열매가 먹이가 되나 봅니다.

그중에는 이 겨울을 못 이기고 죽는 놈도 많이 보게됩니다.

넓게 보면, 자연의 흐름, 생명의 순환,

좁게 보면, 죽는자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지요.

 

참으로 살아있다는 것이 허무할 때도 있지요.

그래도 저는 살아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무화과를 먹을 수 있다는 꿈을 가지지요.

 

저의 슬픔을 달래줄 무화과 사주실 님은 안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