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은 농부로써는 공치는 날입니다. 비에 젖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땅이 질어 흙을 만지면 덩어리가 되어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작물한테도 나쁘구요. 그러니 장마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최후의 전투인 풀을 매던지 해야합니다. 풀은 지금까지는 저가 압도적으로 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마비가 내리면 저가 지지요. 장마철 1주일만 손을 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포기 상태가 됩니다. 장마철에는 비 보다 더 무서운 여러 적들이 출몰합니다. 지금부터는 더위와 습도와 모기와의 전쟁이 다시 시작됩니다.
오늘은 작심하고 공치는 날에 하기 위해서 미루어 두었던 일들을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벌들이 모아온 꿀을 뜨는 것입니다. 벌을 보려면 완전 중노동입니다. 이 더위에 벌 방지망을 뒤집어 써야하고 그냥 있어도 더운데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땀이 물 흐르듯이 흘러 눈을 가립니다. 그리고 더울 때는 벌도 행동이 사나워져 다루기가 힘듬니다. 따라서 벌을 보려면 새벽이 가장 좋습니다. 5 시에 일어나면, 시골의 아침은 한낮의 무더위와는 다른 시원함이 있습니다. 벌이 꿀이 많으면 개을러집니다. 그래서 수시로 벌집을 열러 꿀의 저장 유무를 확인하고, 완숙된 것들은 들어내어 별도 관리를 합니다. 요즈음은 저녁 무렵 벌통 뒤로 가면 꿀향기를 맏을 수 있습니다. 향기가 많이 나면 꿀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지금부터는 너무 더워서 산란이 줄어들 시기이기 때문에 꽃만 많이 있다면 소비되는 량보다 저장되는 것이 더 많습니다. 장마라고 하지만 비가 적고 기온이 높으니 꿀은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금 피는 주종은 대추나무입니다. 그러나 비가 와서인지는 모르나, 집에 있는 대추 꽃에는 벌이 붙는 것을 잘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 동안 모아둔 밀봉된 완숙꿀을 원심분리 원리를 이용한 채밀기에 넣고 꿀을 떴습니다. 벌집으로 약 30매 정도이며, 3통의 계상벌들이 모은 것입니다. 이 정도는 성공이며, 평년작을 넘는 것입니다. 꿀의 양은 2.4 꿀병으로 10개 이상입니다. 지금의 상태라면 8월 경에 한번 더 채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은 병에 묻은 꿀을 벌이 가져 가도록 벌집 위에 올려둔 것입니다. 꿀 색상이 아름답지요? 대추꿀은 뿕은 색상을 띠며, 지금 꿀도 아마도 대추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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