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골풍경

호두 - 알이 벌어지다

by 황새2 2012. 10. 2.

호두가 스스로 껍질을 벌리고 있습니다.

이제 어미를 떠나서 홀로서기를 해야할 시기인가 봅니다.

 

올해 호두는 얼마나 건질 수 있으려나...

 

저는 나무에서 완숙된 것이 가장 맛이 있다는 소신?를 가지고 있어서 가능하면 자연적으로 익어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게으른농부인데...

그런데 호두를 더 자세히 보니, 조금 이상한 것도 보입니다.

껍질을 파 먹은 흔적입니다. 

 

그러고보니, 작년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이 단단하고 두꺼운 껍질에 구멍을 내어 속을 파먹는 놈이 있다는 사실...

더 이상 수확을 미루었다가는 하나도 건질 것이 없다는 비상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호두를 땄습니다.

나무 윗쪽 높은 곳의 호두는 상당량이 이런 상태입니다.

 

열매 모양이나 껍질 모양으로 보아서 호두껍질이 단단해지기 전에 파먹은 것이 아니고 잘 익은 놈을 골라서 파 먹었다는 사실...

분명 그 동안 직바구리가 그 주변을 열심히 돌아 다녔다는 사실,

그리고 지놈이 아니면, 이렇게 깊은 곳까지 부리가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

또 단단한 것을 쪼아서 깰 수 있는 부리가 있다는 사실,

결론은 정상적인 호두보다 이런 상처가 생긴 것이 더 많다는 사실...

 

나머지 수확한 것들도 량이 아주 적습니다.

작년의 꿈은 올해 목표가 작년의 10배 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새에게 상납하고난 것은 겨우 2배 수준.

 

또 비슷한 상황으로

익어서 떨어지는 밤은 밤송이 대비 알은 턱없이 부족하고, 알밤은 상당히 먼 장소에서도 간간히 발견되고,

겨우 개울로 떨어져 물에 잠긴 것이나 내몫이 되니

집산지가 아닌 곳에서 한 두 그루 과일을 키우는 것은 너무 많은 량이 동물들의 주식거리가 되니

저는 열심히 키워서 상납하는 하인이 되지요.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덜 익은 놈을 한꺼번에 나무에서 따내는 소위 상위 관리자가 되고,

지놈들은 아래에 떨어지는 짜투리나 주어 먹는 하인이 되도록 농장 경영? 전략을 바꾸어야할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자연을 즐기며 바라보는 게으른농부의 자세는 아니니,

오늘도 간식거리가 주식거리에게 조금 양보해 가면서 그냥 마음 내끼는대로 이랬다 저랬다가 하렵니다.     

'시골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에 만난 여인 - 장미  (0) 2012.10.02
감나무가 물들다   (0) 2012.10.02
텃밭 풍경 - 추석연휴  (0) 2012.10.02
추석날 만나는 꽃님들 - 2  (0) 2012.09.30
추석날 만나는 꽃님들 - 1  (0) 2012.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