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텃밭의 배추는 8월 15일 모종을 심었으니, 이제 2달이 되었습니다.
이제 거의 모든 놈이 알이 들어서 포기가 커지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배추는 어느 정도 자라면 스스로가 말려서 알이 됩니다.
알이 차는 것은 연약한 새순을 겨울 동안 보호하기 위한 자연의 선택이며, 봄에는 알을 뚫고 꽃대가 올라오지요.
그런데 보통은 알이 차기 시작하면 배추 농사는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저는 지금도 벌레와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눈에 잘 안보이니 지금까지의 싸움보다 더 무서운 전쟁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위장술이 좋은 놈이라고 해도 그 흔적을 남기게 되지요.
지금부터 전쟁의 현장을 생중계하겠습니다.
알이 차는 배추 표면에 몇개의 구멍이...
포기를 해치고 범인 색출 작업을 합니다.
범인의 흔적이 더 많이 나타납니다. 즉 앞서 보았던 구멍이 적이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증명되니,
땅굴 속에 숨어 있는 놈들을 찾기 위해서 배추속을 발파해야합니다.
그러니 이 작업은 아군도 피해를 입습니다.
속을 들어낸 모습입니다.
그런데 범인은 못 잡았습니다.
속은 깨끗한 모양이 이미 저에게 한번 확인하여 사살된 땅굴이였나봅니다.
아니면 색출 작전 실패이거나...
조금 찝찝하지만, 그냥 철수합니다. 아군만 피해를 보았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이잡듯이 살펴보니, 한놈을 발견했습니다.
분명 흔적을 만들었던 놈은 아닌 것 같지만, 이놈으로 위안을 합니다.
이놈은 일반 배추 벌레가 아닙니다.
배추속에서 자라서 등치가 새끼 손가락 크기가 되니, 배추속을 완전히 초토화 시키는 무서운 적수랍니다.
또 다른 흔적을 찾아서 배추밭을 뒤적거립니다.
아무리 적이위장을 잘해도 경력 15년의 노련한 눈은 피할 수가 없지요.
(흰트: 위쪽보다 아래쪽에 몇개의 구멍이 있지요)
또 한포기를 풀어해칩니다.
속 모르는 사람이 보면 처녀 치마자락 해집는 것을 취미로 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몰 수 있겠지만,
가능하면 겹겹히 쌓인 속옷이 상하지 않도록...
그리고 잠자는 놈이 깨어나 소리지르지 않도록 최대한 충격을 줄이면서...
거의 완전히 풀어해쳤습니다.
그런데 범인은?
이렇게 현장에 남긴 것이 많은데... 범인을 못잡으면 사유서를 써야 하겠지요.
기자가 너무 소란을 피웠나봅니다.
범인이 알고 슴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비장의 무기 핀셋으로 잡아냈습니다.
아직은 조무라기입니다. 하지만 이놈이 이 속에서 파먹으면서 자라면, 김장철에는 속은 텅빈, 아니 똥으로 가득찬 배추가 됩니다.
아직 속이 덜 들어서 현행범으로 걸린 놈도 있습니다.
2껍질 벗기니 실체가 나옵니다.
이렇게 배추가 알이 들어가면 알 속에서도 눈에 안보이게 피해를 주는 놈이 생깁니다.
조금 더 알이 차면 외형적으로는 적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마지막 벌레와의 전쟁입니다.
저가 이렇게 잡아도 보통은 김장할때 약 5~10% 정도가 벌레의 흔적이 나타납니다.
아마 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약을 조금 뿌리던지, 아니면 더 추워져서 결구가 되도록 하던지 해야하는데,
날아다니는 벌레가 우리밭에만 오는 것이 아니니...
전자는 키우는 사람에 따라서, 후자는 저의 경우 10% 부족한 알 차기가 되어 항상 구박을 받으니,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요즈음 배추밭에서 놀고 있지요.
이 전쟁으로, 양파/마늘밭 만드는 것이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아서 마음 한쪽은 찜찜합니다.
'시골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텃밭 수확물들 - 10월 14일 (0) | 2012.10.15 |
---|---|
케일 키우기 (0) | 2012.10.12 |
가을 꽃이 피다 (0) | 2012.10.12 |
이 맛을 알기나 할까? (0) | 2012.10.11 |
텃밭풍경 - 웃거름 넣기 (0) | 2012.10.08 |